최근 제가 키우는 고양이가 지속적인 켁켁거림과 기침, 재채기, 노란 콧물을 보여 동물병원에 갔습니다. 모래를 바꾸고 나서 그 증상이 더 심해졌던 건데, 알고 보니 기관지염에 걸렸던 거였습니다. 약을 먹이며 치료를 하고 있는데, 처음 받아보는 진단이라 공부하고 기록합니다.
대왕이의 증상 : 켁켁거림 기침 재채기 노란 콧물
대왕이는 원래 킁킁 거리며 좀 힘들게 숨을 쉬던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그게 모래를 바꾸고 나서 심해졌죠. 최근 바꾼 모래가 굉장히 먼지가 많은 편이었는데, 아까워서 그냥 쓰던 게 화근이었습니다.
며칠 만에 바로 킁킁 거리는 현상이 심해졌고, 그 기침이 안 멈추면서 켁켁거리고, 재채기도 심하게 하고, 노란 콧물까지 보이더라고요. 그전에는 힘들게 숨을 쉰다는 느낌이었다면, 이번에는 호흡곤란, 그러니까 숨을 안 쉬는 것처럼 보이는 증상이 있었습니다.
더 이상 놔두면 안 된다는 생각에 뒤늦게 동물병원에 데려갔고, 기관지염 진단을 받았습니다. 지금껏 미뤄온 게 미안했어요.
대왕이는 좀 살집이 있는 편이라(준 비만냥) 원래 "살이 찌면 숨 쉬는 걸 힘들어한다", "살을 빼는 게 좋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서 다이어트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습니다. 커커컹 하며 숨 쉬는 걸 힘들어해도 그게 비만 때문인 줄 알았지, 염증이 있는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던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모래 덕분에 대왕이의 만성적인 기관지염을 발견하게 된 것일 수도 있겠네요.
고양이 기관지염이란?
말 그대로 기관지의 염증입니다. 반복적인 기침이 특징이고, 기침이 기관지 내강을 자극하고 감염을 기관에까지 전파시킵니다. 기관과 기관지에는 이물이나 병원체의 침입을 막아주는 방어벽 = 점액층이 있습니다. 털처럼 생긴 섬모에 의해 이물질이 입 쪽으로 이동하는데, 이 점액층은 감염을 방어해 주는 중요한 장치인 것이죠. 한기, 건조한 환경, 탈수와 같이 점액-섬모층의 기능을 방해하는 상태에서는 기관지 감염이 쉽게 발생합니다.
그렇다면 대왕이의 경우 이 점액층에 있는 섬모층이 갑자기 추워진 날씨, 건조했던 실내 공기, 더러운 모래 먼지 등으로 제 기능을 못했고, 그 때문에 기관지염이 걸린 것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급성 기관지염
대부분 상부 호흡기 감염에 의해 발생합니다.* 보통 2차 감염이 일어나면 지속적인 기침과 만성 기관지염에 이르게 됩니다.
* 고양이 상부 호흡기 감염의 80~90%는 주로 허피스바이러스, 칼리시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합니다. 바이러스 즉, 사람으로 치면 감기로 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집사들은 고양이 감기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사람의 감기처럼 고양이의 허피스바이러스와 칼리시바이러스도 굉장히 흔한 질환입니다. 바이러스 쪽은 이야기가 길어지기 때문에 다른 포스팅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급성 기관지염의 기침은 거칠고 건조합니다. 사람의 마른기침을 생각하면 편하겠죠. 무리한 활동이나 차갑고 건조한 공기에 의해서도 악화됩니다. 이런 이유로 따뜻하고 습한 환경을 제공해 주고, 운동을 제한하면 치료에 도움이 됩니다. 어쩐지 대왕이를 다이어트 때문에 장난감으로 갑자기 뛰게 하면 더 켁켁거림 기침이 심해지곤 했습니다. 그리고 겨울이 되면서 그 횟수가 늘어났고요.
만성 기관지염
몇 주 동안 지속되는 기관지염입니다. 대부분 급성 기관지염으로 시작되는데, 고양이 천식과 관련해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만성 기관지염이 지속되면 2차 세균 감염이 없는지 확인합니다. 만성 기관지염의 기침은 습합니다. 그리고 포말성, 즉 기침 말미에 구역질이나 거품 섞인 침을 배출하곤 합니다. 이런 행동을 헤어볼에 의한 구토와 혼동하면 안 됩니다.
만성 기관지염은 기관지관을 심각하게 손상시킬 수 있으며, 감염에 의한 점액과 농이 기관지 내에 축적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태를 기관지확장증이라고 합니다. 만성적인 기침은 폐에 체액이 과도하게 축적돼 호흡곤란을 유발해 부종이 생긴 폐수종(폐부종)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는 대부분 치료를 통해 관리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기침과 재채기가 잦고, 호흡 곤란 현상을 보이면 빨리 병원을 찾는 것이 좋겠죠.
고양이 기관지염의 치료
휴식과 적절한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방을 따뜻하게 해 주고 가정용 가습기를 이용합니다. 기침억제제는 신체의 방어작용을 방해하고, 화농성 분비물의 배출을 막기 때문에 만성 기관지염에 걸린 고양이에게는 투여해서는 안됩니다. 거담제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기관지확장제(테오필린 등)는 호흡의 통로를 이완시키고 호흡의 피로도를 감소시킵니다. 약을 먹으며 기침이나 재채기 켁켁거림을 통해 나온 가래나 콧물이 있다면 병원에 가져가 '항생제 감수성 검사'*를 의뢰해 볼 수도 있습니다.
* 세균이 항생제에 얼마나 감수성, 즉 민감한지 측정하는 검사입니다. 세균이 어떤 항생제에 내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의사가 처음에는 감염 부위와 흔한 세균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경험적 치료를 시행하는데, 이때 감수성 검사를 시행해서 정보를 알아내면 사용하던 항생제를 바꿔 더 정확한 치료를 할 수도 있습니다.
스테로이드 성분은 기침에 의한 염증을 감소시킵니다. 하지만 세균성 감염이 있는 경우에서는 사용해서는 안됩니다.
대왕이가 현재 하고 있는 기관지염 치료
기관지염을 진단받기 전, 너무 건조한 공기 탓에 그런가 싶어(제 비염도 더 심해지고 있었습니다) 가습기를 2대 놓았는데 컹컹거림이 좀 줄어든 느낌이었습니다. 이때 모래도 다시 예전에 쓰던 모래로 바꾸기도 했었고요. 그런데 책에도 쓰여있고, 의사 선생님도 말씀하시길 가습기를 사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니 기분 탓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병원에서 기관지염을 진단받고 6일 치의 약을 지어왔습니다. 아침, 저녁 하루 두 번 먹입니다. 대왕이는 이빨도 못 닦고, 발톱도 간신히 깎는 잡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고양이라, 약은 필건을 사용해 먹이지 못합니다. 그래도 그나마 간식에 섞어주면 군말 없이 먹는 스타일이라 캡슐 안에 들어있는 가루약을 츄르형 간식에 섞어서 먹입니다. 그것도 엄청 좋아하는 맛(예: 닭고기맛)에 섞어줘야 먹지, 다른 거에 섞으면 거부하더라고요. 캡슐을 뜯자마자 항생제 냄새가 확 납니다. 선생님도 가루채로 먹이면 거품을 뱉을 수 있어서 알약채로 먹여야 한다고 했는데, 심한 염증을 가라앉히는 약이니 오죽 독할까 싶습니다. 그래도 대왕이는 거품은 뱉어내지 않아서 계속 맛난 간식에 섞여 먹이는 방식으로 먹이려 합니다. 하루도 안 빼먹고 먹이니 지금은 기침하는 횟수도 줄고, 켁켁거림도 위 영상에서처럼 길게 하지 않습니다.
결론
사람과 똑같이 켁켁거림, 기침, 재채기, 노란 콧물이 나오면 염증이 있다는 뜻이니 빨리 병원에 찾아 치료하는 게 좋습니다. 염증은 가지고 있어 봤자 낮지 않습니다. 고양이 기관지염도 사람의 기관지염과 비슷합니다. 항생제(스테로이드)로 빨리 치료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기관지염이 걸린 원인을 파악해 환경을 개선해줘야 합니다. 기관지염과 비슷하게 기침이 잦고 호흡곤란을 보이는 병명 중 천식도 있는데, 다른 글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 주 참고도서 : 『고양이 질병의 모든 것』 - 데브라M.엘드레지, 델버트G.칼슨, 리사D.칼슨, 제임스M.기핀
'고양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양이 눈부음, 퉁퉁 빨갛게 부을 때 원인과 눈 보호 방법 (0) | 2025.02.07 |
---|---|
고양이 신부전증 원인 증상 검사 치료 신장 요독증 (0) | 2024.02.05 |
고양이 구강 치아관리 방법 - 양치질 단계 (0) | 2024.01.25 |